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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인형놀이

  오늘은 결혼을 앞둔 언니의 드레스샵 투어날이었다. 사전에 언니의 취향에 따라 골라둔 3개의 샵을 돌아다니면서 어느 곳이 언니 스타일에 더 맞는지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오늘 선택하면 여러 혜택이 있고, 한 번 선택하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으니 신중해야 했다. 본격적인 준비가 정말로 시작되는 날이었다.

  친한 지인 중 결혼한 사람은 손꼽기 때문에 결혼 준비라는 것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이제야 배우고 있다. 드레스샵을 고르고, 웨딩 촬영용 드레스를 고르고 본식 드레스를 고르고...! 세상에 선택해야 하는 일이 이렇게나 많다. 결정장애가 있는 나에게 무언가를 선택하는 일은 너무나 힘든 일인데, 그런 선택들을 거의 수백가지를 해야만 결혼이라는 이벤트를 치룰 수가 있는 거다. 역시 나는 아직 결혼하기에는 덜컸다. 나의 취향에 대해서 더 파악하고 나를 더 잘 알아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결혼이라는 걸 반드시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언니 친구, 형부가 될..(아직은 실감나지 않는다) 언니 남자친구와 셋이서 드레스를 고르기 위해 옹기종기 앉아 언니를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언니가 드레스를 입는 모습을 보는데도 생각보다 언니의 결혼이 실감나지는 않았다. 그런 감성적인 부분을 생각하기에는 언니의 체형과 어떤 드레스가 어울리는 가에 대해서 분석을 해야했기 때문이랄까.. 동생으로 보기보다는 마치 일처럼 거기 앉아있었던 것 같다. 그 때문에 언니에게 '꺅!' '너무 예뻐.. 아름다워... 부케와 언니를 구분할 수가 없어' 같은 말들을 해주지 못했다. TV에서 보면 그 때 리액션을 잘못하면 신부가 엄청 서운해 한다던데,,, 실제로 갑자기 와!! 하고 반응하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쉽지 않아. 그래도 언니가 문을 열고 나올 때마다 어떤 드레스를 입고 나올지 궁금하고,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드레스샵을 고른 것 뿐이고, 앞으로도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일은 정말 많을 것이다. 날씨가 풀리면서 본격적으로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많은 것들이 변화를 시작한 기분이 든다. 어느 순간 아침에 눈을 뜨면 이미 해가 떠있고, 저녁 6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는다. 코로나19가 해결될 듯 해결되지 않고 해외에서 오는 확진자들에 의한 유입으로 새 국면을 맞이했는데 이또한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지친 사람들에게 밝은 변화가 도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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