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순삭이다..... 나는 발표할 때 긴장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 주는 다행히도 케이스 발표가 취소되었다! 물론, 오늘 레지던트 선생님께 피드백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당장 내일 교수님 앞에서 하는 발표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위안이 되었다. 준비는 또 엄청 열심히 하면서 왜 이렇게 긴장하고, 준비한 거 제대로 다 말도 못 하고 그럴까. 늘 아쉽지만 오늘도 역시나였다. 특히 오늘은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했으니까... 하지만 레지던트 선생님이 친절하게 하나하나 다 알려주신 덕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신경외과 실습이 어느새 막바지에 왔다. 무얼 했는지도 모를 만큼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운동은 한 번도 가지 못했고, 실습 이외의 공부도 거의 하지 못했다. 열심히 실습에 임했고, 매일 병원에서 지냈던 것 같다. 그런데도 하루하루가 아쉽다. 내가 신경외과를 가지 않는 이상 이제 앞으로 평생동안 신경외과 수술방을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신경외과는 수련 필수 과가 아니기 때문에 (필수과는 아마도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 외과인 것 같다) 인턴을 할 때도 보지 못할 수 있다. 6년이라는 교육기간이 짧은 것도 아니고, 인턴 또한 1년 동안 하는 것인데 평생 보지 못하는 수술이 수두룩하게 생긴다. 모든 것을 배우고,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다. 내가 할 분야를 공부하는 데만 해도 시간은 소요된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의학의 모든 과에 대한 전문가는 절대 될 수 없을 거고 한 개 전공도 힘든데, 두 개를 어떻게 할까. 아무튼 신경외과를 공부하는 데에도 1만 시간이 필요할 텐데, 겨우 일주일 가지고 나는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수박 겉핥기 조차도 못하는 시간이었을 거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병원에서 쏟은 시간만큼 미래의 내 환자는 더 나은 예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다 아깝다. 하나라도 더 알고 싶다. 그것이 내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신경외과 의국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아무래도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서로 더 돈독해지고, 애틋해지는 게 아닐까 싶었다. 물론 그 안에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외부에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아쉽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른다.
신경외과는 재밌는데, 내 체력은 정말 재미가 없다. 오늘도 나는 축 처졌다. 병원에 있으면 오히려 긴장이 조금 되기에 눈이 떠지는데, 조금만 긴장이 풀리는 순간 바로 눈꺼풀이 순식간에 내려온다... 체력을 키우려면 운동을 해야하는데, 운동을 하기에는 시간이 없고, 운동하는 것 자체도 힘들고 악순환이다. 운동은 시간이 나서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하는 거라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그랬는데... 내일은 실습이 끝나니까 운동도 하고 못했던 공부도 해야겠다. 이렇게 글을 써야 내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