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직업 중 하나인 것 같다. 결과가 잘못되었더라도 문서작업을 하는 것처럼 이전 작업 취소를 할 수도 없고, 우리 몸 중 어느 하나가 고장 났다고 해서 그냥 새 것으로 교환할 수도 없고.. 안 되는 것들이 참 많다. 그래서 방어적으로 진료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진행한 모든 decision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직업. 그래서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 지금처럼 다른 선생님들이 어떻게 결정하는지, 어떤 진료 행위를 하는 것인지 그냥 보기만 하고, 바보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도 오지 않겠지. 당장 내년이면 내가 어떠한 "행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참 무섭다. 막상 내년이 되면 적응이 될까. 다른 걱정 없이 공부만 해도 되는 시간이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아찔하다. 무거운 책임감.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무거움.
오늘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본방사수 했다. 보면 볼수록 참 고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상황이나, 어떠한 오더를 내릴 때 의학용어의 사용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들리고, 다른 의학드라마를 볼 때보다 조금 덜 오그라드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실제로 어느 병원에서나 일어나고 있을 법한 에피소드들이 나온다. 물론, 의학보다는 '사람'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진 드라마라서 조금 방향성이 다르지만. 의사는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반드시 신고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데, 그 과정도 실감 나게 다루었고, 수술을 앞둔 사람들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들. 그러면서도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의학적 사실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놀랍고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야. 오늘 방송의 마지막에는 실수라는 것을 할 줄 모르는 채송화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 암시하는 씬이 나왔는데, 어떻게 다뤄질지 다음 주가 더욱 기대된다.
재활의학과도 어느새 내일이 마지막 실습날이다. 이번 주는 새로 온 애플 펜슬 때문에, 망가진 노트북 때문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은 레지던트 선생님과 조금 이야기를 해보면서 '재활의학'에서 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재활의학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재활의 범주는 근, 신경계에 국한된 것이었는데, 그 이외에 음식을 삼키는 연하장애 그리고 숨을 잘 쉬는 호흡기계 관련된 재활 등 신체 모든 부분에 있어 재활의학이 적용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세브란스에서는 기관을 절개해서 그 구멍을 통해서 숨을 쉴 수 있도록 하는 기관절개술 tracheostomy를 재활의학과에서 담당해서 하고 있다고 한다. 자발 호흡이 이루어질 때까지 환자를 관리한다는 것이다. 병원마다 특정 과에서 하는 일들이 다 다르고, 배울 수 있는 것들도 참 다른 것 같다. 그건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 알기가 힘든 것 같은데, 알면 알수록 참 어렵다. 공부를 하다 보면 무슨 과가 하고 싶은지 또 생각날까?ㅠ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일단 공부해야지.. 오늘은 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