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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생각의 조각들

1. 구김살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다 보니 이익준의 그 티 없이 맑은 성격이 너무 부러웠다. 어떤 것에도 제약을 받고 살아오지 않은 것 같은 사람의 느낌이랄까. 부족함 없이 하고 싶은 걸 하고, 또 해내고 마는 그런 사람. 높은 사람이고 불편한 사람이더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가감 없이 표현해서,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러면서도 눈치가 없지도 않아. 정말 내가 느끼기에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사람들에게 어떤 편견도 갖지 않고, 모두에게 다 따듯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도 시련은 결국 찾아왔지만, 그것도 극복해 낼 수 있겠지.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 티 없이 밝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참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큰 걱정 없이 살았구나, 하는 생각. 사실 아무런 걱정 없이 자라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텐데. 그런 일들을 큰일이 아닌 듯이 넘어갈 수 있는 성격 자체가 부럽다. 성격은 어떻게 어디에서 만들어지는 걸까. 신생아들을 보면 많이 우는 애들도 있고, 별로 울지 않는 애들도 있는 것 같다. 짜증 섞인 느낌의 울음소리를 내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다. 그럴 때마다 성격이 DNA에 박혀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부모 그리고 친구들. 그 외 주변 사람들 모두 성격에 영향을 주겠지. 구김살은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2. 오늘은 한식을 맞아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모두 뵙고 왔다. 두 분은 산소에, 한 분은 절에, 그리고 한 분은 댁에서. 어느새 머리가 큰 손녀는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친할아버지는 너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남아있는 사진으로 추억을 되짚어 보고 있고, 친할머니와의 기억은 더 많지만 마지막에 내가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외할아버지와의 기억은, 죄송하지만 최근 이외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많이 사랑받았고, 아껴주셨는데, 기억보다는 그 마음들만 남아있다. 할 수 있는 건 살아계신 외할머니께 잘 해드리는 것뿐이겠지. 자주 찾아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죄송하다.

3. 일주일동안 병원-집-병원-집만 왔다 갔다 하다가 나온 세상은 꽃이 만개한 세상이었다. 일주일 내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달라. 어디를 통제한다. 석촌 호수고 윤중로고 뭐고 다 폐쇄하니 나오지 마세요! 하는 문자들이 오긴 했었는데, 차 타고 가면서 눈으로 직접 보니 뭔가 충격적이었다. 일주일 만에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다니! 어제 병원에서 아는 인턴 선배님들을 마주쳤는데 하나같이 지친 기색이었다. 누구는 일 시작하고 한 달 동안 집에 한 번도 못 갔다고 했고, 누구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병원에서의 삶이 다 그런 걸까? 나는 정말로.. 지옥의 길로 스스로를 인도한 것일까. 내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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