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관계 맺기
제목을 보자마자 훅 숨을 들이켰다. 생각해야만 했던 문제가, 그리고 늘 가볍게만 고민했던 문제가 내 앞으로 나타났구나. 이제는 막다른길에 이른건가 하는 생각이.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주변 모든 것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관계란 걱정거리이자 관심거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 그리고 주변 환경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들과 나는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어떤 것들은 일방적이고, 어떤 것들은 상호적이겠지. 요즘은 물건들끼리도 연동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득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중 한 단편 소설이 생각났는데, 자세한 내용과 제목은 잘 기억나질 않지만 모든 것들이 기계화되고 자동화된 세상에서 기계끼리 소통해서 한 인간을 키우고, 알고봤더니 그 인간마저도 기계였더라 하는 내용이었다. 어렸을 때 읽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것 중 하나였는데, 미래 산업에서 관계의 방향이란 정말 그렇게 되는걸까.
다시 주제로 돌아오자면, 관계는 너무 어렵다. 가끔 왜 나는 관계에 있어 쿨해지지 못하는가 고민한다. 정이 많으면서, 나 사는데 바빠 다른 사람들의 일을 잘 기억 못하는데, 외로운 건 싫고, 그렇자니 내 삶의 반경이 방해받는 건 싫고. 그 적당한 선이라는 것이 언제나 어렵다. 그래도 예전에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고, 모든 사람을 싫어하고 싶지 않다는 그 강박에서는 조금 벗어났지만, 여전히 나와 잘 맞는 것 같은 사람들과만 지내는 것이 괜찮은가를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결국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되겠지. 근데 그러면 내 세계는 너무 좁아지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나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모자라다. 그렇게 점점 나는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을.. 거르고 있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내 주변마저도 나와 뭐랄까.. 비슷한 아우라가 있는 사람들로 채우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으로.
대학생활을 거의 9년째 하고 있는 나로서는, 진정한 사회생활을 했다고 볼 수 없기에 관계라는 것이 어느정도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내가 원하는 사람들로 내 주변을 채울 수 있었다면, 당장 내년부터는 꼴보게 싫은 사람이 있어도 주변에 두어야 하고, 내 마음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겠지. 게다가 나는 평가받는 입장이기에, 모든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중요한 건 나의 시간을 갖는 일이겠지. 아무래도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용기를 만드는 것 같다. 혼자 있으면 심심하고, 누군가와 있으면 그 나름 좋으면서도 불편하고. 최근에 만났던 사람에게 하루 아침에 이별을 선고 당한 후로는, 모든 관계가 조심스러운 것 같다. 무섭다기 보다는... 아니다 무서운 게 맞겠지.
오늘도 역시나 관계에 대한 어떤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내 마음대로 나를 커스터마이징 하는 과정 중 하나이겠지. 아픔이 쌓일수록 마음은 단단해질거라고 생각했는데, 단단해진 것 맞지만 그만큼 외부와의 단절도 커지고 있다. 어찌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