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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오랜만에,,,

약속이라는 걸 안 잡은 지가 거의 오백만 년 되는 것 같은데, 오늘 정말 오랜만에 전적대에서 친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마지막 학기? 즈음에 같이 실험수업을 들었던 사람들인데, 졸업하고 나서 4년이 흘렀지만 1번이나 2번 만났을까. 각자 생활이 바빠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일정이 맞게 되어 만날 수 있었다. 어색할 것 같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기대보다는 설렘을 가지고 만나러 갔다.

내 걱정이 무색하게도, 만나자마자 대학생 때, 그것도 마치 1학년 때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순수한 사람들.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고, 무언가 속내를 감추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놀아도 괜찮을 사람들. 마지 엊그제 만났던 것처럼 그냥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지도 않았고, 정말 실없는 소리만 하다가 시간이 다 흘렀다. 근데도 참 즐거웠다. 어제도 내 의지가 아니었던 술자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는 별로 마시지 않았는데도 너무 피곤하고 집에 자꾸 그리웠는데, 오늘은 뭐 별 말하지도 않았고 그냥 앉아있었을 뿐인데 시간이 흘러버렸다. 서로에 대한 기대로 실망도 없는 자리. 술은 너무 마셔서 속은 그렇게 좋지 않았지만 정신은 정말 말짱했다. 일부러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또렷했다. 이런 술자리도 있었나..ㅎㅎ

다른 친구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느 순간부터 무섭게 느껴지곤 했다. 각자 가는 길이 너무 달라지다 보니, 대학교 때 같은 과, 같은 생활을 했었더라도 서로 가치관이 달라지고, 의견이 달라지는 것이 무서웠다. 당장 포털 사이트만 가도, 의사들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들이 널려 있고, 내 주위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나를 달리 볼까 두려웠다. 기득권 세력. 가지고 있는 것을 절대 놓으려고 하지 않는 이기적인 집단.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라면 모두 다 이기적이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최근 성범죄를 저지르는 의대생이나 공보의가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충격받긴 했다. 인성 검사를 하지 않고 의사라는 직업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공부만 하고 목표만 바라보고 온 사람들이 많아서 특이한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내 주변에 그렇게 나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없을 거라고 믿고 싶은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튼.. 나는 평생 가질 수 있는 직업의 길 위에 서있는 것이고,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어떤 회사라도 들어가고 싶은 취준생들에 비해 운이 좋게도,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그렇지만 나의 주변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한 데 묶어 나쁘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나부터 제대로 된 사람이 되어야겠지. 의대에 들어오기 전 합격을 알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재수 없는 의사 되지 않겠습니다' 였는데, 어떻게 해야 재수 없는 의사가 되지 않을 수 있는지, 그건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일단 묵묵히 나의 할 일을 하는 수밖에... 그 방법을 알고 싶어 이국종 교수가 쓴 골든아워를 읽고 있는데, 나에게 어떤 답을 줄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내 주변에 아직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몇 년만에 만났음에도, 서로 통성명을 하지 않아도 다 이해하고 그저 허허실실 웃을 수 있는 사람들. 앞으로도 이렇게 나는 나답게, 그들은 그들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행복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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