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동기의 생일파티로 인해 술을 마셨더니, 오늘도 역시나 컨디션 난조였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머리도 아프고 속이 왜 이렇게 안 좋은지... 숙취에서 겨우 벗어나나 했더니 바로 또 이렇게 술자리가 생겨버리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자 약속들을 안 잡았었는데, 그 약속들이 다 한데 모인 것 같다... 이렇게 친구가 많지 않은데, 갑자기 열심히 놀려고 하니 내 옷을 입지 않은 듯이 어색하고 피곤했다. 병원에서 마주치는 동기들마다 나보고 피곤해 보인다고 할 정도로 눈에 띠게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General weakness... 환자 차트에서만 보던 말이 나에게 적용되었다..하하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오늘은 수술 2개를 자청해서 들어갔다. 하나는 방광암 수술이었고, 다른 하나는 부고환염이 심하게 진행되어 농양까지 생긴 환자분으로 부고환을 떼내는 수술을 했다. 방광암 수술은 요도를 통해서 방광경을 집어넣고, 그 안에서 암조직을 떼내는 수술이고, 부고환 떼는 수술은 open surgery로 다른 외과 수술들처럼 절개를 통해 조직을 떼는 수술이었다. 두 수술 다 꽤나 흥미로웠는데, (둘 다 굉장히 아파보였다.. 나는 느낄 수 없는 고통이겠지만 아무튼 너무 아파보여ㅠㅠ) 특히 암조직이 특이하게 생겨서 기억에 남는다. 뭐랄까,,, 약간 버섯같은 느낌의 조직들이었다. 일 년 넘게 실습을 돌면서 암수술은 생각보다 많이 참관하지 못했는데, 다른 장기에 있는 암에 비해서 조직자체가 약간.. 수중생물(?) 같았다. 방광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항상 소변이 담겨있는 곳이고, 습기에 차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다른 암과는 좀 다른 건가 하는 생각,,, 아무튼 인체는 언제봐도 참 신비로운 곳이다. 우리 몸인데도, 겉으로 보이는 것과 내부가 어떻게 이렇게나 다를까. 누가 만든 것인지, 진화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종교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너무 정교하고 신비롭다. 의사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엔 나는 너무 작은 존재야. 그저 치료하는 데 작은 도움을 주는 사람일 뿐..
부고환을 떼내는 수술은 생각보다 아주 거칠었다... 조직의 크기도 굉장히 커져있고, 농양까지 있던 터라 출혈이 생각보다 많았다. 교수님의 거침없는 손길,,,, 절로 헉 소리가 났다. 여기에서 또 신기했던 건... 우리 몸은 장기가 하나 없어져도 생각보다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물론 심장이나 뇌처럼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그런 장기들도 있는 반면, 간의 경우에도 조직의 일부를 떼도 적응해서 살아가고, 신장도 하나가 아예 없어도 살아가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다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닐까. 알면 알수록 모르겠고, 그 경이로움에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닫는 과정인 것만 같다. 우주를 공부하는 천문학자들은 자신의 존재가 너무 작아 우울감을 많이 느낀다고 하는데, 의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의 머리도 참 놀랍다! 매일 공부를 하는데 뒤돌아서면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지식을 넣을수록 알고있던 것들이 빠져나간다. 양이 너무 방대한 것도 있지만,,, ㅠ_ㅠ 내 머리에는 한계가 있는 것인가... 무궁무진한 그 잠재력이 나에게도 있는 거겠지...?! 체력도 머리도 더 커졌으면 좋겠다...
'오늘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0) | 2020.05.02 |
|---|---|
| 4월 30일 그리고 슬의! (0) | 2020.05.01 |
| 피곤피곤,, (0) | 2020.04.29 |
| 따릉따릉 (0) | 2020.04.28 |
| 오늘의 노잼일기 (0) | 2020.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