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9회말 2아웃부터 라는 말이 있다. 9회말 2아웃에서도 언제든지 뒤집어 질 수 있는 게 야구이고, 그렇기에 끝날 때까지 그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 그게 야구의 매력이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병살타고, 조금만 눈을 돌리면 홈런을 하는. 경기장에서 보면 응원의 열기와 더불어 더 짜릿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계속 보게 되는 마력이 있다.. 야구를 처음 보기 시작한 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었던 것 같다. 방학 때라 크게 할 일도 없었고, 거의 매일 tv 앞에 앉아 우리나라 선수가 나오는 모든 경기를 지켜봤다. 기억에 남는 다른 선수들은 유승민 선수, 이용대 선수 등등.. 더운 여름도 한 방에 날리는 시원한 승부들이 많았고, 그래서 정말 재밌었다. 그 때 야구에 빠지게 된 건, 9전 전승으로 우승했던 것도 있지만, 마지막 경기 때문이다. 9회말 1사 만루. 타석에는 쿠바 최고의 타자. 이 얼마나 떨리는 순간인가.. 그 순간만큼은 집에 있지만, 온 국민들과 다함께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실제로 한 점 한 점 낼 때마다 아파트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다.) 결론은 병살타...!!! 다시 생각해도 정말 쫄깃하다. 스포츠의 힘은 대체 무엇일까.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이토록 흔들 수 있는가..! 그 때 나왔던 국가대표 선수들을 찾아보고, 응원하기 시작했고, 특히나 이승엽을 처음부터 끝까지 믿어주고 4번 타자로 기용했던 김경문 감독의 뚝심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두산을 거쳐 NC로 정착했다. 오로지 감독 때문에. (물론 지금은 아니다^^…)
이렇게 길게 서두를 쓰게 된 것은, 오늘 우리팀이 잘해서 자랑하고 싶어서다. 전체적인 경기를 보자면 사실 주루 플레이 실패도 몇 번 있었고(너무 결정적이긴 했다), 수비도 한 번 철렁했던 순간이 있어 모든 게 완벽했다고 볼 수는 없다. 어제도 연장전까지 갔기에 선수들 체력이 평소만큼 되지 못했을 것이다. 나조차도 정시 퇴근하는 날과 1시간 늦게 퇴근하는 날의 컨디션은 놀랍게도 1시간 만큼이 아니라 그냥 0이 되어 버리니까. 그렇게 잔루만 쌓이다가 6회 나성범의 솔로포부터 시작이었다. 두 팀은 사이좋게 점수를 돌아가면서 냈는데, 8회 말에 권희동의 2점 역전 홈런으로 드디어 경기가 끝났구나~~ 하던 차에 9회 초 보기좋게 홈런을 맞아 원점 승부가 되었다. 그렇게 이틀 연속 연장전... 나야 경기가 오래 진행되면 심심할 틈 없어 좋긴 하지만, 초조해하는 감독과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보니 또 마음이 쓰였다... 10회를 경건한 마음으로 지켜보는데……

그렇다. 사실 이미 스포했지만, 거대한(?) 마무리 안타..! 올시즌 2타수 2안타. 대타로 들어온 강진성 선수가 모든 걸 해결해주었다. 안타를 치자마자 아이처럼 좋아하고, 박석민 선수한테 뛰어가서 안기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지금 다시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을 정도다. 또 하나의 스타 탄생일까. 93년생으로 마냥 어리지만은, 그렇다고 나이가 많은 건 또 아닌 우리 선수가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이 맛에 야구를 못 잃어.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오늘도 하루종일 피곤해서 눈도 반 밖에 못 뜨고 있었지만 그 순간 만큼은 처음 눈 뜬 심봉사처럼 확 트였다. 그런 느낌 있잖아, 내일도 일이 다 잘 풀릴 것 같은.
내일도 kt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스윕했으면 좋겠지만, 너무 기대하면 또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나도 오늘은 그냥 아이처럼 즐겁고 행복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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