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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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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 어제의 연속이긴 하지만 사람 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것 같다. 어제는 멀쩡해보였던 사람이 오늘은 아파한다.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정말 종교의 힘을 빌려야만 설명할 수 있는 걸까. 어제만 해도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하고 싶다고 말했던 환자 분이 오늘은 숨쉬기를 힘들어 하셨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했던 40대가 하루 아침에 죽은 채로 발견이 됐다. 나는 그걸 견딜 수 있을까. 다시 또 죽음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아무 것도 아닌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같다. 담당 환자 분은 중환자실을 갔다가 일반 병실로 이실하신 분인데, 상태가 매일 호전되는 것 같았지만 흉부 CT나 lab 상 (혈액검사나 다양한 검사를 우리는 보통 laboratory data 줄여서 lab data라고 부른다.) 수치가 나빠..
운수 좋은 날 아침부터 일진이 사나웠다. 사실 어제 밤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바람에 좀 늦게 잠이 들었는데, 그 때문이었을까. 첫번째 사건은 씻고 나오자 마자 터졌다. 오늘 저널 컨퍼런스가 8시에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교수님들에게 컨퍼런스 장소와 시간 확인 문자를 드려야 했다. 한 교수님께 잘 보내고 다음 교수님께 보내려고 문자 내용을 복붙하고…! 그대로 보냈다. 이름은 안 바꾼 채로… 보내자 마자 식겁하고 혹시나 카톡처럼 삭제가 될까 싶어 일단 삭제를 하고 문자를 다시 보냈다. 마치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만들고 싶었다. 급하게 인터넷에 ‘문자발송 취소’ 를 검색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재확인할 뿐이었다. 부서질 뻔한 멘탈을 붙잡고 병원으로 출발해서 저널 발표를 했다. 무사히 한 것만으로도 다행이긴 하지만 발표를 ..
오늘의 일기 하루 만에 이렇게나 환자가 늘었다니. 계획 중이었던 여행을 취소했다. 일상이 점점 무료해지고 지치는 것 같아서 잡았던 여행인데, 타의에 의해서 취소해야 한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 사실 타의라기 보다는 내가 무섭고 걱정되기 때문도 있기에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애꿎은 케이크만, 애꿎은 내 위만 공격 받고 있다. 뭘 해도 위로받지 못하고 있는 내 마음… 법륜 스님께서 모든 감정은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을 바꾸면 힘든 것이 없다고 하셨는데. 생각을 바꾸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말하면 안 들어주시겠지?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했던 것 중 하나가 일평생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의학 지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지고 있으니까...
코로나 19 코로나 바이러스로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우리 병원도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우리 병원은 국가지정 격리병원이기 때문에 더 그런 듯하다. MERS를 통해 병원 내에 안전체계가 잘 확립되어 있기에 직원분들의 움직임은 굉장히 빨랐는데, origin을 알 수 없는 환자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아직까지 우리 병원에서 positive가 나온 경우는 없었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언제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명씩 의심환자가 격리되어 검사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중국에서의 소식이 잘 들리지 않고, 우리나라 내에서도 확진 환자가 새로 나타나지 않아서 사람들의 안전 의식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 때문일까. 결국 오늘 일이 터졌다. 의사들이 검사를 권유했음에..
실습학생의 고뇌..? 실습은 참 쉽지 않다. 실습학생이라는 존재가 참 애매하다. 학생이면서 앞으로 직장상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눈치도 보일 때가 있고… 물론 잘해 주실 때가 더 많긴 하지만 😊 힘들 때가 없지는 않은데, (자꾸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기분 탓이다. 분명) 교수님께 티칭을 받거나 질문에 답변해야 될 때는 평가받는 기분이 들어 주눅 들게 된다. 노력하고 있는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교수님보다 많이 알 수는 없다. 나는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니까, 교수님이 지적을 하셔도 받아들이는 게 맞는데, 그게 참 어렵다. 오늘도 나에게 실망하는 기색을 내비치셨는데 하루종일 그 모습이 아른거린다 ㅠㅠ 그만큼 더 열심히 하면 되는데, 그 조금이 참 어렵다. 그래도..! 열심히 알려주시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기 때문에,..
평범한 날의 생각들 병원 실습을 시작하면 매일매일 실습 일지를 남기고자 100일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했는데, 오늘 실습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서 좀 멋쩍다. 오늘 일정은 교수님께 과제를 받은 정도..? 물론 그 과제가 조금 힘들었지만, 오늘은 실습보다는 내 일상생활을 더 많이 한 날인 것 같다… 허허 이번 주와 다음 주는 감염내과 심화실습을 하게 되었는데, 배정받은 교수님이 젊고 연구를 열심히 하는 교수님이다. 실습을 돌면서 가장 유의 깊게 보는 것 중에 하나가 교수님 스타일인데, 보통 젊은 교수님들이 열정적이고 (어느 직종을 가도 비슷하겠지만) 학생들에게도 관심이 많은 편이라 본받을 점이 많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김사부처럼 트리플 보드에, 연륜도 있고, 능력도 있고, 제자들에게도 관심 많은 교수님은 실존할까?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