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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교향악축제 음악은 나와 뗄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음악에 대한 어떤 식견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하루 중 대부분을 무언가 듣고 살고 있다. 기쁠 때는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되도 않는 몸부림을 해보기도 하고, 슬플 때는 또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오늘 같은 날에는.. 레닌 그라드를 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하루종일 뭔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아이차람 기쁘거 날뛰었는데! 하루를 기쁘게 마무리 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또 시련과 당혹감이 폭풍처럼 몰려들어오는!!! 그냥 그런 느낌적인 느낌. 아, 갑자기 아주 옛날에 유행했던 말이 떠오른다. 느낌 아니까~ 같은 음악이어도 어느 장소에 어떤 상황에 듣냐에 따라 또 느낌이 달라진다. 어제는, 음악을 위해 지어진 곳, 예술의 전당에서 오랜만에..
러닝메이트 달리기는 늘 즐겁다. 힘들지만, 바람을 맞고 달리다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기도, 하던 생각들이 정리되기도 한다. 매일 보던 풍경들도 달리면서 보면 뭔가 달라보인다. 나한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고, 위로를 받는다. 땀 흘리는 자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까. 일주일에 3번은 달리려고 노력하는데, 늘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어떤 날은 약속 때문에, 어떤 날은 속이 너무 안 좋아서, 그리고 날씨를 핑계로 나가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막상 뛰면 즐거운데, 달리는 것보다 달리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더 힘들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뛰는 것이 아닌데다가, 혼자 하다보니 안하는 날에도 그냥 합리화를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몇 주 전이었나, 날이 너무 더워서 밤 11시에 뛰는 날이었다. 평소의 코스처럼..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김영하 작가를 처음 본 곳은 알쓸신잡이라는 TV 프로그램이었다. 여러 지식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책에 대해서 그리고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반했다. 말투나 표현을 넘어서 비언어적 요소들 조차도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데 충분했다. 지식인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그의 책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소설 속의 김영하는 내가 생각했던 사람과는 많이 달랐다. 관련해서는 이전에도 글을 썼는데, 주인공이 겪는 상황들이나 가출 후의 삶에 대해서 너무 어둡게 그렸다고 할까. 내면이 깊으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인물들이 많아서 읽으면서 굉장히 놀랐다. 세상의 풍파를 별로 겪지 않았을 것 같은 사람이었는데, 내가 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물론, 작품 속의 인물은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일 뿐..
소모임 매일 가는 곳이 집-학교-병원 그리고 가끔 카페. 이렇게 반복되다 보니 내 삶 자체도 굉장히 무미건조해졌다. 그 안락함과 편안함이 주는 행복도 있지만, 적당한 긴장감도 필요한 법이다. 지금은 그저 눈을 뜨기에 살아가고 있다. 해야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다. 만약 글을 쓰지 않는다면 정말 하루종일 아무런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푹 쉬고 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밤에 누우면, 왜 자야하는 지 잘 모르겠다. 다음날 눈을 떠도 할 일이 없는데, 규칙적인 생활을 해서 얻는 것은 또 무엇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왜인지 죄악처럼 느껴진다. 나는 20대고, 한시가 아까운데 이런 소중한 시간을 그냥 날릴 것인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근데 스트레스만 받고 무얼 하..
소설 이야기는 어떤 힘을 가진다. 말은 어떤 에너지를 가진다. 내가 부정적인 상태에 있을 때에는 말과 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 늘 어렵다. 오늘은 좀 피곤하다. 어떤 내용을 가지고 글을 써도 내 감정이 글을 다른 방향으로 바꿔버릴 것 같아서 시작하기가 두려웠다. 그냥 내일로 하루 더 미뤄버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내가 만든 ‘성실한 나’라는 모습을 버리는 건 또 용기가 안난다. 해야할 일을 해내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인건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 이 와중에 완벽함까지 버리지 못했다면 나는 죄책감에 서러움까지 안고 잠에 들었어야 할거다. 오늘도 나는 두 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다. 적어도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두 달 전엔가, 사두었던 2020 ..
가족사진 우리집 피아노 위에는 가족사진이 한 장 있었다. 딱 90년대의 사진관 느낌이 나는 사진. 아빠는 뒤에 서있고, 엄마가 가운데에 그리고 양 옆에 언니와 나. 그때에는 신경써서 챙겨입었겠지만, 너무나 촌스러워진 사진이었다. (심지어 언니는 깻입머리를 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피아노도 사라졌다. 20년된 사진만큼이나 가족 사진에 대한 애정은 사라졌고, 익숙함만이 남았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언니도 이제는 예전만큼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있지 못한다. 언니의 결혼이 2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우리는 가족사진을 새로 찍었다. 가족사진 이야기는 작년부터 나왔다. 아빠의 환갑도 있었고, 리마인드 웨딩이 약간 유행이던 때였다. 엄마도 부러움을 표시하셨고, 딸이 ..
[NETFLIX] 13 reasons why (스포주의)드디어 끝났다. 13 reasons why, 한국 제목으로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시즌4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사실 시즌4도 6월 초에 공개되었는데, 이전 시즌이 너무 힘들어서 미루고 미루다 보니 이제야 보게 되었다. 미루는 건 오래 걸렸지만, 다 보는데에는 3일밖에 안 걸렸다. 루루루는 길게는 도저히 못보겠다.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나의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시즌1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던 거로 기억한다. 일단 소재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고, 해나 베이커 역을 맡았던 Katherine Langford가 너무 매력이 넘쳤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시즌1은 해나가 자살을 한 후 자신이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13개의 테이프를 남기게 되는데, 그래서..
소확행🙈 받았다, 스타벅스 섬머 레디체어... 오늘은 e프리퀀시 교환 마지막날이었고, 나는 이른 아침부터 스타벅스를 향했다. 실습 중에는 병원 바로 앞에 있는 한 잔에 900원 커피를 마시곤 했고, 그렇게 스타벅스는 내 머릿 속에서 조금씩 잊혀졌다. 그런데 어제, 언니와 엄마랑 스타벅스를 가게 됐고, 레디 체어의 실물을 확인한 언니는 눈빛이 반짝였다. 언니에게는 이미 완성한 프리퀀시 쿠폰이 2장이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른 사람들은 언제부터 대기했나, 검색해봤더니 대부분은 7시 30분 오픈 기준으로 한 시간정도 일찍 가서 줄을 서는 것 같았다. 이번 썸머 라인 중에서는 레디백이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레디백의 마지막 수량을 얻기 위해서 새벽 3시 반, 심지어는 전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