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335)
베스트 드라이버 예전부터 꿈꿔왔던 나의 모습이 있다. 선글라스를 끼고, 수트를 갖춰 입고, 드라이빙을 하는 커리어 우먼, 그 자체. 어째 상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이를 먹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내 꿈을 포기하기엔 이르다.꿈을 향한 첫걸음을 오늘에서야 디딜 수 있었는데, 운전대를 처음으로 잡아보았다. 면허는 작년부터 계속 따려고 마음 먹었는데,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와버렸다. 급하게 운전 면허 학원을 찾아보는데, 1월이 성수기일 줄이야. 보통 수능을 끝내고 면허를 따다보니 대기가 길었다. 코로나 때문에 시험을 칠 수 있는 인원도 적어져서 요즘에는 필기 시험도 기다려야 한단다. 결국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학원을 등록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마저도 2월 안에 딸 수 있을지 확실..
감각 김영하 작가는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 오감을 활용하는 훈련을 해야한다고 했다. 감각이라는 것도 쓰지 않으면 퇴화되는데, 감각을 느끼는 행위 자체가 굉장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익숙해져야 한다. 그 말을 듣게 된 후로 노력하고 있는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요즘처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손을 주머니 바깥으로 꺼내는 것 조차 큰 용기가 필요하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이 글쓰기의 출발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출발에 불과했다. 참 쓸수록 더 어렵다.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감각이 있다. 직업적 특성에서 드러나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처해있는 환경에 의해 바뀌기도 한다. 노력에 의해서 어느정도 성장은 가능하지만, 본래의 능력은 결정되어 있는 듯하다...
당신의 V는 누구입니까 브이 포 벤데타(2005)를 봤다. 친구에게 추천받아서 보려고 했던 차에 왓챠 추천작에 나와서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단 하나의 배경지식 조차 없는 상태에서 보게 되었는데, 다 보고 난 후에도, 여러 영상들과 글을읽은 지금도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내가 이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인지, 손톱만큼도 이해하지 못한건 아닐지. 어렵고도 어렵다. 영화를 다 보고난 후에야 알았는데, 매트릭스를 제작했던 워쇼스키의 작품이었다. (매트릭스도 본 적이 없다.) 원작자는 앨런 무어로 영국의 만화가인데, 원작과는 다른 방향으로 영화가 재해석되어서 이 영화를 형편없다(rubbish) 말했다고. 대체적으로 파시즘-아나키즘을 표현했던 원작과는 다르게 미국식 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민주투사로 그려졌다는 평이 많다. 읽으면서도 무슨 ..
선택 2021 글을 쓰러 올 때마다 죄책감이 스며든다. 원체 게으른 사람이라 모든 일을 데드라인에 가차워야 하는 편이지만, 요즘은 촌각을 다퉈야할 정도가 되었다. 지금도 정각을 넘길까 시간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 (짜릿하다) 나름의 핑계를 찾자면, 시험을 친 이후로 이상하게 개인의 시간이 훨씬 줄어버렸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한들, 시험을 치는 건 나이기에 모든 시간과 생각은 다 나를 중심으로 흘러가야 했다. 이기적이었다. 그 외에 다른 건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난 후, 거의 매일 친구들을 돕기 위해 학교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가족들, 어른들께 연락을 드려야 했고, 한숨을 돌리고 나면 어느새 밤이 되었다. 좋아하던 카페를 가보지도 못했다.. 준비해둔 선물만 덩그러니. 물..
오늘의 일기 오랜만에 서점을 가니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마음 속의 코로나는 이미 막을 내리고 있었다. 지쳤다고 해야하나. 1년 전의 콘텐츠를 보다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 모습이 어색하고, 드라마를 볼 때마다 노-마스크가 신경쓰인지 오래다. 이제는 모두가 익숙해졌고, 매일같이 쏟아지는 확진자 소식을 굳이 찾아보지 않게 된 지 꽤 되었다. 물론, 해이해졌다고 감성 주점을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서점의 사람들을 보니 일상으로 복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멈출 줄 모르고 상승하는 코스피처럼.. 사람들의 활기도 쫙 펼쳐졌다. 인턴 생활을 앞두고, 남은 시간을 얼마나 잘 보내야 할지 매일 고민한다. 고민만 하고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어디에서 수련을 받아야 할까. 주식 공부는. 재테크 공부는 어떻게 하..
불쾌한 골짜기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은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무난하게 이세돌 기사의 우승을 점쳤던 사람들이 많았고, 연이은 패배는 AI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충분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났고, 바둑계는 AI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AI와의 끊임없는 대국을 통해서 연습하고, 승패를 예측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전직 프로 기사가 다음 수를 예측했지만, 최근의 대국은 어느 위치에 몇 % 일지 계산을 통해 해설을 제공한다. 인간과 AI의 공존은 어쩌면 생각보다 이르게 우리 앞에 다가온 것 같다. SBS에서 진행하는 AI와 인간의 대결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심리 분석 AI와 프로파일러 권일용 선생님의 대결이었는데, 5명 중에서 폭발물을 갖고 있는 범인을 찾는 미션이었다. 경찰을 마주쳤을 때 반응..
런 온 해피엔딩의 정의가 대체 뭘까?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문장? 그렇지만, 영원히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정도면 조증이지. 그럼에도 해피 엔딩을 꿈꾸게 된다.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식의 말도 안되는 엔딩. 과정은 늘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죽는 순간만큼은 행복한 삶이었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삶 말이다. 어떤 선택에 있어도 후회하고 싶지 않은데, 그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잠식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두려운 마음도 있다. 드라마 런 온이 오늘 막을 내렸다. 시험 준비하는 와중이라 모든 편을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두 배우의 비주얼 합, 그리고 ‘달리기’ 라는 소재 자체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우연히 보게 된 클립 영상은 화룡점정이었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굳건하..
찌질한 사랑 지긋지긋한 이 놈의 눈이 또 내린다. 한 두달 새에 눈이 쌓이도록 내리는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볼 때는 참 예쁜데. 눈이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면 철이 든 것이라고 하던데, 올해 철드는 사람들 아마 역대 최고로 많지 않을까 싶다. 이번 해에 특히 눈이 싫은 건, 자취방 앞 계단에 지붕이 없기 때문이다. 집 앞에 눈은 자기가 쓸어야 된다, 라는 표어를 참 많이도 봤는데, 이제는 나 아니면 누구도 해주지 않는 일이 되어버렸다. 옆집 놈은 눈을 쓰는 소리가 들리든 말든 일절 나와볼 생각을 않는다. 급한 놈이 일하는 거긴 한데, 오늘은 너무 열이 받아서 눈에다가 글씨 하나 새겨두고 왔다.사람은 누구나 다 찌질한 구석이 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사람을 가장 바닥 아래까지 끌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