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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 단조로운 일상과 더불어 나의 글도 재미가 없어지고 있다. 아니, 글쓰기 자체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실습을 하면서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길 때나, 감정이 요동치는 날에는 글쓰기가 삶에 위안이 되었다. 요즘의 글쓰기는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듯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 반성을 하면서도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만드는 일은 하지 않으니, 반성을 하는 것도 아니다. 우울한 건 아닌데, 평소처럼 이야기도 하고 집에서 재롱도 피우는데(집에서 나의 역할이 그러하다) 글 앞에만 서면 유난히 조용해진다. 매일 천 명 넘게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지만, 코로나도 언제부턴가 어떤 ‘자극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자원이 고갈되고 있고,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심각한 상황임이 분명하지만, 반복되는..
기억 최근 가장 즐겨보는 예능인 유퀴즈. 오늘도 보고 있는데, 라디오 교통 리포터 노희원씨가 방송 시연을 하는걸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나의 감정을 깨닫기도 전에 벌써 시야가 흐려졌다. 일단 흐르는 눈물을 닦고 고민했다. 교통방송은 내가 언제 들을까. 평소 듣는 라디오 채널에서는 교통방송이 나오지 않는다. 가끔 타는 택시에서 흘러나오는 걸 듣긴 했지만 감정을 불러일으킬만 한 건 아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빠의 차를 탈 때였다. 혼자 자취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빠 도움을 받을 때가 많았다. 서울 시내를 다니고 있으면 교통방송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요즘에는 휴대폰 어플이 가장 빠른 루트를 알려주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네비게이션이 저장된 루트만 알려주고 통행량을 파악하는 정도가 아녔어서 라디..
본성? 허지웅답기를 듣다가 갑자기 한 마디가 마음에 걸렸다. 새로운 스타의 급부상이 사람들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이야기라면, 첫번째는 그렇게 부상한 사람의 추락이라는 말. 인간은 본래 시기와 질투를 하기에 남들의 불행을 좋아한다는 거였다. 좋아한다는 말이 조금 불편하게 들렸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더 많이 회자되는 것 자체가 결국 관심일거다. 생각해보면 잘 모르는 연예인이더라도 이미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갑자기 세상 사람들이 다 나타나서 이야기한다. 나 또한 그런 이야기들이 ‘재밌게’ 느껴졌고,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전하기도 한다. 유튜브를 보다보면 갑자기 알고리즘의 혜택을 받고 급부상하는 채널들이 있다. TV를 안 보는 사람은 있어도 유튜브를 안 보는 사람은 없는 요즘같은 시대에, 급부상하면..
한식양식중식일식 오늘도 일단 앉아서 이 곳에 들렸다. 하루종일 책을 보면서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다보니, 어떠한 ‘생각’이라는 걸 할 시간이 별로 없다. 사람을 만나야 사람에 대한 생각도 좀 하고, 특별한 활동을 하면서 영감을 잡아야 하는데, 사람은 유튜브가 전부요, 하는 일도 딱히 없다. (핑계다) 요즘의 일상에 충격을 주는 건 역시 펜트하우스 뿐인가? 하루 중에 가장 많이 고민하는 건 뭘 먹을까이다. 차라리 내가 메뉴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학식을 먹고 싶은데, 생각보다 거리도 꽤 되고, 걸어서 가는데 맛없는 걸 먹어야 하거나 그 돈의 가치가 아쉬울까봐 망설인다. 선택의 요정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보다. https://youtu.be/Pyr4HUpT1tg 개인적으로 내 선택의 요정은 입짧은햇님이다. 입이 짧기 때문에(?..
김영하 작가 <여행의 이유> 작가의 뇌는 들고 다니기 어렵지 않지만, 그 뇌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는 모국어로 짜여 있다. 작가는 모국어에 묶인다. . 그래서 망명이나 피난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마이너 언어권에 속한 작가는 모국어가 양수처럼 편안히 감싸주는 곳에 있으려 한다. . 언어는 쉴새없이 변하고, 언어에 민감한 이들은 시시각각 낡아가는 언어들을 금세 감별한다. 모국어의 바다를 떠나면 이런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고 언어의 신선도에 덜 민감해진다. 작가는 우렁찬 목소리보다는 작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 김영하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나는 여행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첫 글부터 상하이로 출발했다가 비자가 없어 강제 추방을 당한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글의 소재가 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하..
언니의 결혼식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가십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대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건너 건너 아는 어떤 사람이 바람을 펴서 이혼을 했다는 그런 이야기. 심지어 아이가 있는데도 그런 일을 벌였단다. 물론, 당사자에게 직접 들은 게 아니라 ‘팩트 체크’가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게다가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라고 쳐도 길을 지나가다가도 마주칠 일이 없는 사람이라 그냥 쉽게 말할 수 있는 가십거리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런 자극적인 이야기가 재밌는건,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러다가 일과 사생활을 얼마나 분리할 수 있는가 생각이 들었다. 어제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에릭 클랩튼의 사생활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친구의 와이프를 유혹해 결혼까지 했으면서 그 이후에 또 바람을 피고 다른 모델과 아이를 갖기까지 했다. 사..
펜트하우스 결국 펜트하우스를 보기 시작했다. 저번에 본집에 잠깐 왔다가 한 번 재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박진감 넘치는 전개, 미친듯한 연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 그리고 여자 배우들의 아름다움에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카이캐슬처럼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서 보고 나면 생각이 많아지고 괜히 마음이 헛헛해지는, 그런 드라마는 아니지만, 화를 거듭할수록 그 다음화가 너무 궁금하다. 사람들의 월요병을 치유해주는 드라마라고 할 정도인데,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정말 미쳤다. 뒤늦게 합류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문제없이 드라마를 볼 수 있는건 유튜브 덕분이다. 사람들은 작가가 숨겨놓은 디테일들을 찾으려고 하긴 하지만, 순전히 즐기려고 보는 나에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