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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 사랑하지 않는 시간이 아까워! 라며 사람을 만나던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정말 아무나 막 만난 건 아니지만, 막연한 두려움을 갖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연애 생활이라는 걸 시작한 이후로 갖는 가장 긴 공백 기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서 어디 나다닐 곳도 없고 하다보니 왜 이렇게 크게 생각하고 살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연애와 관련된 생각을 하고, 이렇게 글의 소재까지 끌고 왔다는 건, 완전히 놓지 못한다는 거겠지. 오랜만에 사랑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나 빼고 이미 다 봤다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 사실 지금 결말까지 보지는 않았는데, 괜시리 열린 결말로 남아두고 싶은 영화이다.아무래도 이 영화의 감독은 빈이라는 도시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 우연히 열차에서 만나 대화를..
오늘의 일기 . 이번 국가고시 실기는 국시원에서 랜덤으로 날짜를 정해주었다. 예년까지는 학교별로 배정된 날짜가 있었고, 학생이 실기 날짜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학교마다 배정 방식은 상이했다.) 이는 채점자가 교수이기 때문인데, 같은 학교 교수가 채점하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작년에 선발대가 존재함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정성’을 위해 무작위 추첨이 이루어졌다. 이번 시험이 유난히 힘들었던 건, 내가 어쩌다 첫 날이 걸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설마, 했던 일이 나한테 일어난 것이다. 작년에 예정되었던 시험 날짜는 마지막에서 이틀 전이었기에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부족한 시간 속에서 그저 최선을 다할 수 밖에. 그렇기 준비하던 기간에는 하늘이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
좋은 사람은 누가 정하나요? 유튜브에서 화를 잘 내는 법, 이라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어제 친구와 대화하다가 순간 욱, 하는 바람에 그저 도망갔던 나를 저격하는 영상이 아닐까 싶었다. 댓글을 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들어온 사람들이 여럿이던데, 이상하게 그런데에서 위안을 얻었다. 아무튼 유투바가 말하길, 화가 나면 일단 멈춰서 5분 간 자신의 감정을 돌아봐야 한다고. 이게 참 쉽지가 않다. ‘화’라는 감정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아서, 나의 컨디션, 상대방의 컨디션, 상황, 상대방의 태도 등 너무 많은 요소들이 관여하고 있다. 어제의 상황은 이렇다. 15년 지기 친구들에게 다같이 한 번 모이자, 라는 말을 꺼내봤는데 싫다고 넘겨버린 친구의 말이 너무 기분 나빴다. 원래도 뭘 하자고 할 때마다 귀찮아하고, 하기 싫다고 말하는 게 디..
17일 인간의 체력은 왜 기르는 데 걸리는 시간과 떨어지는 시간이 다를까. 지난 6개월 간, 체력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달렸다. 매일 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어디 명함 내밀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쌓이던 러닝이 200k를 넘었다. 처음에는 3k씩 겨우 달렸는데, 4-5k까지 거리를 늘렸다. 페이스를 줄이고 싶었는데, 한 번 스피드 러닝을 했다가 부상을 입고 나니 안되겠더라. (각자 맞는 옷이 있듯이, 나에게 맞는 러닝 스타일이 있는 거라고 합리화하고 있다.) 나름 열심히 키워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오만이었다. 17일 만에 나간 한강은 차디 찼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하루종일 앉아있기만 했더니, 달릴 준비가 전혀 안 된 몸이 되어버렸다. 스트레칭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 뿐이었다. 초반에 가볍게 ..
나쁜 소식 전하기 의사-환자 실기에는 재밌는 항목들이 있다. 바로 상담파트인데, 술이나 담배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금연 금주 상담을 하기도 하고,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문진하는 항목도 있다. 나쁜 소식 전하기(우리는 이걸 나소전이라고 부른다)라는 것도 있는데, 암을 선고한다던가, 에이즈 등 검사결과가 나쁘게 나왔을 때 환자에게 전달하는 걸 테스트한다. 거의 대본을 작성해서 상담에 임하게 되는데, 별걸 다 시험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렇게라도 해야 늘겠지 싶다. 말하는 것도 결국 연습이고, 특히나 나쁜 소식은 누구나 전달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최대한 조심스럽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이 필요하다. 대체로 사용하는 플로우는 SPIKES 라는 건데, 미국에서 만들어진 프로토콜이며 Setting (검사 이후로 ..
스위트홈 리뷰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간 넷플릭스에 기부만 했더랬다. (중간 중간 백그라운드 음악을 핑계로 미생을 틀어놓고 있던 건 모른척 하자) 국내 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그렇게나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 나라고 빠질 수 없지. 바로 재생했다. 한 편만 더, 한 편만 더, 하다보니 어느새 10화가 끝나있었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이어지는데, 감독이 시즌 2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하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거면 왜 꽉 닫은 엔딩을 만들어주지 않은 것인가.. 슬기로운 의사생활, 킹덤, 펜트하우스까지 앞으로 기대되는 드라마가 많다는 것도 좋다만, 기약없는 기다림은... 숙명인가보다. (스포주의) 음.. 스포주의라고 써놓긴 했지만, 사실 스위트홈은 흔한 크리처물 중 하나이지 않..
오랜만이야! 드디어 시험이 끝이 났다. 정신없이 실기 준비를 하고, 시험을 치르고, 동기들을 도와주고 나니 1월이 훌쩍 지나갔다. 잠깐의 휴식. 이제는 치열한 고민의 시간만이 남았다. 실기 시험을 준비하는 내내, 내가 왜 하필 첫날에 걸렸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필기 끝나고 바로 실기를 준비하게 되었다면서 여기저기 징징대고, 이 곳에 와서도 투정을 부리곤 했다. 그래서 하늘이 내게 벌을 내린 것일까. 시험 일주일 앞두고 날짜를 알게 되었고, 남은 일주일은 정말.. 대단했다. 원래대로라면 한 달은 족히 준비가 필요한 시험이었는데,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첩약의 급여화는 진행되어서 이미 시범운행이 이루어지고 있고, 올해 인턴 TO를 보면 수도권은 전부 줄고 지방대 특히 지방국립대 병원의 정원은 모두 증가했..
음..🧐 지쳐하는 나에게 친구가 한 책을 추천해주었다. 김재식 작가의 라는 책이었다. 요즘 책 답게 제목이 길고, 참 따듯해 보였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눈치보지 않고 살아도 된다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그런 책이라는 게 제목에서 느껴졌다. 친구는 책 내용 중에서도 어떤 한 구절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났다고 했다. “사람들이 잘한다고, 최고라고 부르는 선수들도 백 퍼센트 완벽하진 않아 경기에서 홈런을 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적시에 안타를 치고 기회를 만들고 그 다음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거거든” - ‘내가 사랑하는 나에게’ 더군다나 나는 야구에 환장하는 사람이기에, 친구는 나에게 말해주고 싶어 책을 접어놓았다고 했다. 일단 나를 떠올렸다는 것에, 그리고 나를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