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35) 썸네일형 리스트형 마지막 집은 안식의 공간이(어야 하)지만 상처의 쇼윈도이기도 하다. - 김영하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서 오늘이 이 집에서 언니와 자는 마지막 밤이 되었다. 결혼식을 한 번 미뤄서 어쩌다보니 100일을 더 같이 지내게 되었는데, 다행이라고 하면 너무 이기적인 걸까. 언니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쭉 한 방에서 지냈다. 방이 2개가 있음에도 각자 방을 쓰기보다 공부방, 침대방으로 나눠서 생활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을텐데, 부모님의 깊은 뜻이리라. 그런데 따지고보면 언니와는 5살 터울이라 둘이 계속 붙어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고학년이 되었을 때는 언니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 후에는 내가 기숙 학교를 다녔고, 언니는 지방에, 나도 기숙사에 있다보니, 이건 .. 글의 이유 거의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그렇게 쌓인 글이 어느새 285개. 뭘해도 100일 이상 넘긴 적이 별로 없었는데, 300개 가까이 된다는 것이 실감도 안나고,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다시 읽어보고 싶은데 막상 용기가 나질 않는다. 날 것의 감정들을 다시 느끼는 것 자체가 무섭기도 하고, 부끄러운 나날들의 기억을 되새기는 일일까봐. 훌륭한 문장은 인고 끝에 나온다고 하는데, 한 문장을 쓸 때 단 하루, 그리고 그 안에서도 길어야 한 시간을 쓰고 있다. 일기보다는 에세이 형식의 글을 쓰고 싶었다. 285일만에 새삼스럽게 깨달았는데, 정말 갑자기 떠올랐는데, 에세이를 매일 같이 쓰는 건 불가능한 것 같다. 여러 작가의 에세이를 읽어보면 플롯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일상이지만 뭔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벤트가.. 옷 쇼핑에 실패했다. 옷을 고르는 건 왜이렇게 힘든 일일까.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만 있는데도 이상하게 옷 욕심은 왜 더 늘어났는지 의문이다. 이번에 꽂힌 건 코트였다. 시작은 식빵언니와 밀라논나가 콜라보한 영상이었는데, 그 때 연경 선수의 착장이 뇌리에 박혀버렸다. 그렇게 운동화만 신던 내게 앵클 부츠가 하나 오게 되었고, 다음은 코트를 살 차례였다. 차마 밝은 색 코트는 사지 못하고, 가장 기본템이라고 할 수 있는 검은색 코트를 2주간 손품을 팔아 구매했다.고대하던 코트가 드디어 도착했는데, 웬걸, 이렇게 안 맞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핏이 이상했다. 안그래도 좁은 어깨가 더 부각되어서 무슨 옷걸이 마냥 옷이 몸에 달랑 거리고 있더라. 하늘거리는 핏이 좋았던 건데, 다시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누가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나는 항상 ‘오베라는 남자’를 말하곤 한다. 하지만 피드백이 오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도 알고 있다.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도 그 영화를 보기 까지에는 수많은 노력이 필요할 정도일테니까.오베라는 남자는 누구보다 까칠했던 오베가 이웃을 통해 사랑을 깨달으면서 성장하는 스토리이다. 음, 막상 쓰고 보니 또 끌리는 스토리가 아닌 것 같긴 한데, 오베라는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고 다양한 ‘사랑’에 대해서 예쁘게 표현해서 인류애가 절로 쌓이는 영화다. 결국 사랑이고, 결국 인간이다, 라는 느낌이랄까. 아내 소냐의 웃음과 사랑을 보면 어바웃 타임의 레이첼 맥아담스를 떠올리게 된다. 오늘 본 영화는 꽤 예전부터 보고 싶어서 담아놓았던 영화인데, 다른 영화에 밀려 이제야 보게 되.. 첫눈 우스갯소리긴 하지만, 눈을 보고 더이상 설레지 않고 교통체증이나 청소 등 현실적인 생각이 먼저 들기 시작하면 어른이 되는 거라고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게 낭만을 잃는 것이었나 싶긴 하지만, 어느 순간 눈을 보면 흰 색보다 도로의 먼지를 머금어 까맣게 된 눈이 떠오르는 걸 보니 어쩔 수 없는 수순인가 싶다. 갑자기 2004년, 100년 만의 폭설이 내렸던 그 날이 떠올랐다. 국가적 재난이었다. 도로는 마비되고, 중부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에서는 차들이 움직이지 못해 최대 30시간 넘게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속도로에 고립되어 있었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그런 사건 사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버스를 타고 내리는데 눈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허리까지 쌓여있어 놀랐었던 기억만 남았다. 이제와서 드는 생각인데,.. 실책 미뤄두었던 시험 채점을 이제야 했다. 필기 시험은 이틀에 걸쳐 치뤄야하는데, 첫날 시험 정답이 첫날 마침과 동시에 공개되었지만 다음날에 영향이 갈까봐 하지 못했다. 사실 겁이 났다. 컨디션 난조라는 핑계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결과가 좋지 않다는 건 뻔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다음날로 미뤘지만 둘째날 시험이 끝난 후에도 도저히 채점을 할 수가 없었다. 나의 뼈아픈 실책들을 직면하기에는 너무 나약했다. 야구 경기를 보다보면 실책 하나에도 경기의 판도가 바뀌는 날이 꽤 많다. 심지어 볼넷 하나로 선수가 출루하는 순간 역전 적시타, 역전 홈런으로 이어질 수 있고, 모든 스포츠라는게 흐름이 있다보니 넘어간 분위기가 다시 돌아오기가 어렵다. 오심으로 볼넷이 만들어지거나, 주루 상에 주자가 생기는 때면 더 화가 나.. 훌륭한 의사 오늘도 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나온 문장에 놀라버렸다. “당신은 반드시 훌륭한 의사가 되어야만 한다.” 항암치료 중에는 계속 ABGA라는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펄떡 펄떡 뛰고 있는 동맥을 직접 찔러서 채혈을 해야하는 검사라 굉장히 아프다. 한 번에 채혈을 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맥이 뛰는 곳을 찾아 적당한 깊이로 찔러 넣어야 가능하다. 대부분 인턴이 이 일을 맡게 되는데, 세상 모든 인턴 과정은 1년이고, 사람한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채로 또는 건강한 성인 대상으로 한 번 정도 해본걸로 바로 실전에 투입된다. 인턴은 보통 3월부터 시작되는데, 시간이 흘러 4-5월정도 되면 다들 눈감고도 ABGA를 한다고 할 정도로 기본적인 술기이다. 그런데,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 준비! 원하는 시간에 딱 잠들고, 원하는 시간에 깰 수 있는 약이 있었으면 좋겠다. 몸은 피곤하지, 다음날은 시험이지, 자야겠다는 생각으로 온통 가득하지만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이런 날에는 아무리 asmr을 틀어놔도, 영상이 끝나는 순간 기가 막히게 잠에서 깨버린다. 시험 전에는 컨디션 관리가 중요해요! 라는 말을 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이번에는 정말 뼈저리게 깨달아버렸다. 필기 시험을 한 달 앞두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여태 했던 생각들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열심히 준비해도 그 날의 상황에 따라 또 달라지겠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준비해야하니까. 먼저 시험 며칠 전부터는 좀 설렁설렁 공부해야겠다. 제대로 푹 쉬지 못한채 매일같이 달리기만 했더니, 시험 당일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문제.. 이전 1 ··· 4 5 6 7 8 9 10 ··· 42 다음